시사

미국의 DEI 정책 후퇴: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는 끝났을까?

트이사 2025. 2. 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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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한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나는 유색인종 여성입니다. 나는 엄마입니다. 나는 일반화된 불안 장애를 진단받은 시스젠더 밀레니얼입니다. 나는 교차성을 고려합니다.”

이 광고의 목적은? CIA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포용적’이고 ‘진보적’인지를 강조하며 인재를 모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Inclusion)**을 의미하는 DEI 정책이 급속히 확산되던 때였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2020년 5월) 이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거세지면서, 기업과 정부 기관들은 DEI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무의식적 편견 교육, 이메일 서명에 대명사 표시, 채용에서 백인 남성 배제 등 새로운 정책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이러한 흐름은 빠르게 역전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상식의 혁명”**이라 부르며, 연방 정부와 기업들의 DEI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1. DEI 정책의 후퇴: 정부부터 기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DEI를 연방 관료주의의 주된 문제점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기관에서 DEI 관련 예산과 인력이 대폭 축소되고 있습니다.

  • 미 국무부(State Department): 2023년에는 DEI 전담 부서에 13명의 직원290만 달러(약 39억 원)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2024년에는 DEI 담당자들이 "DEIAtruth@opm.gov" 이메일을 통해 모든 활동을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20년 이후 **딜로이트(Deloitte)**가 DEI 관련 컨설팅으로 **1,200만 달러(약 161억 원)**를 벌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계약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DEI 정책 철폐 움직임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아마존(Amazon)과 월마트(Walmart): DEI 프로그램을 폐지
  • 맥도날드(McDonald’s): 직원의 인구 통계를 반영한 채용 목표 철회, ‘다양성 팀’을 **‘포용 팀’(Inclusion Team)**으로 개편
  • 타겟(Target): 공급망에서 ‘공급업체 다양성(Supplier Diversity)’ 개념을 없애고 **‘공급업체 참여(Supplier Engagement)’**로 변경

2. 법적 소송과 보수 진영의 압박

DEI 정책 후퇴의 배경에는 법적 소송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2023년 6월, 미국 대법원은 대학 입학에서 **소수집단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지했습니다.
  • 이후 대형 로펌, 벤처캐피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들이 DEI 정책으로 인해 피소되었습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인물들이 이런 법적 공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 에드워드 블룸(Edward Blum): 대학 입학 소송을 주도했던 인물. "기업들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힘.
  • 크리스토퍼 루포(Christopher Rufo): 보수 활동가로, 기업 내 DEI 정책 반대 운동을 주도.

이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통해 정부 계약을 맺는 기업들에게 DEI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게 DEI 정책이 ‘연방 반차별법을 위반하는지’ 검토하라고 지시
  • 법률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법적 위험을 피하려면 DEI 정책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

3. 기업의 딜레마: DEI를 유지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기업들은 이제 DEI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① DEI를 유지하는 기업

DEI 정책을 유지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명칭을 변경하거나 전략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 맥도날드: ‘다양성’(Diversity)이라는 단어를 줄이고, ‘포용’(Inclusion)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
  • 타겟: '공급업체 다양성' 대신 '공급업체 참여'로 명칭 변경

② DEI를 포기하는 기업

반면,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대기업들은 DEI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하며 보수층의 반발을 피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Costco)**는 보수 단체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DEI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 코스트코는 **보수 단체의 주주 제안(DEI 정책 검토 요구)**을 거부
  •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로 19개 공화당 주 법무장관들이 코스트코를 비판하는 공개서한 발송
  • 온라인에서는 보수층의 코스트코 불매 운동까지 벌어짐

즉, DEI 정책을 유지해도, 포기해도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4. DEI 이후, 미국 기업 문화는 어떻게 변할까?

DEI가 한때 미국 기업 문화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지만, 현재는 정치적, 법적, 사회적 압박 속에서 빠르게 퇴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1. 표면적인 변화: ‘DEI’라는 용어를 줄이거나 대체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유지
  2. 완전 철폐: DEI 정책이 법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면 아예 폐지
  3. ‘맞춤형’ 포용 전략: 기업별로 각자의 문화와 법적 리스크를 고려한 개별적 접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보수층의 압력 속에서 미국 기업들은 더 이상 DEI 정책을 과거처럼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DEI는 단순한 기업 정책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이념적 충돌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DEI 논쟁이 미국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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